이경후
번역가의 과제 ll
번역가의 과제 ll
- 한국
- 전시
- 2026.11.14. 토 - 11.21. 토
- 13:00 - 21:00
- ✳︎ 상시 관람 가능
- 엘디케이
- 무료
사진은 순간을 포착한다. 적어도 우리는 그렇게 믿는다. 여러 해 전, 한국의 통·번역가이자 예술가인 이경후는 모든 사진을 아주 짧은 간격을 두고 두 번씩 찍기 시작했다. 사진이 잘못 찍힐 것을 대비하려고 시작된 이 습관은 점차 하나의 독특한 규칙이 되었다. 나란히 놓인 거의 동일한 두 이미지는 사진이 포착할 수 없는 무언가를 형체화한다. 두 사진 사이에 흐른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몸짓이 달라지고, 빛은 움직였으며, 누군가는 사라졌다. 세계는 이미 다른 곳에 와있다. ‹번역가의 과제 ll›에서 사진은 번역을 닮아가기 시작한다. 사진과 번역 모두 완전히 소유할 수도, 온전히 현재로 소환할 수도 없는 ‘사이’를 세심하게 돌본다. 이경후의 고요한 이미지들은 평범한 사물과 우연한 사고, 불완전한 미끄러짐에 주의를 기울인다. 한 쌍의 사진들 가운데에 또 다른 이미지가 떠도는 듯하다. 아직 촬영된 적 없는 이미지다. 시간은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모습을 드러낸다. 사진 속에 보존된 순간이 아니라, 한 번의 셔터와 다음 셔터 사이로 미끄러져 사라지는, 되돌릴 수 없는 간극으로서.
동시대 공연예술 분야에서 오랫동안 번역 작업을 해온 이경후는 번역 행위 그 자체를 하나의 예술적 실천이자 이탈과 조우의 공간으로 바라본다. 그는 언어와 단어, 이미지와 순간 사이의 틈에 관심을 두고, 그 틈에서 발생하는 리듬과 변화에 주목한다. 독립 출판물로 ‹거의 모든 경우의 수: parlando›와 ‹a second chance: 눌변›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