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발화
- 프랑스, 한국
- 사운드
- 2026.11.21.토 22:00
- 엘디케이
- 60분
- 15,000원
모음이 열리고 자음이 충돌한다. 그 사이에서 언어가 희미하게 빛을 발하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해미 클레멘세비츠와 정원미는 말의 가장 작은 재료들을 꺼내어 다른 생명의 형태, 이를테면 숨, 진동, 마찰, 맥박, 소음으로 흘려 보낸다. 지나치게 오래 이어진 모음은 단어가 될 가능성을 잃고, 이웃 소리에서 떨어져 나온 자음은 충격, 질감, 물질이 된다. 그럼에도 무의미에 도달하는 일은 이상하리만큼 어렵다. 인간의 귀는 소리의 파편들을 끊임없이 가능한 의미로 엮어내며, 언어가 사라지기 시작한 곳에서조차 언어를 듣는다. 목소리와 악기, 기계를 오가는 이 퍼포먼스는 그 불안정한 경계에 머무르며 의미의 중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소리를 찾아 나선다. 이 경계에서 인간의 목소리는 스스로에게조차 낯선 것이 된다. 언어를 담는 그릇이 아니라 다른 것들과 더불어 소리를 내는 몸체가 된다.
일렉트로닉스, 훌루시, 옹드 마르트노: 해미 클레멘세비츠
보컬: 정원미, 해미 클레멘세비츠
정원미는 작곡과 노래, 실험을 넘나들며 목소리의 유연성을 탐구하는 한국의 보컬리스트이자 작곡가, 즉흥연주자, 교육자다. 시와 회화, 일상의 소리를 작업의 재료로 삼는다. 해미 클레멘세비츠는 서울을 기반으로 사운드, 설치, 실험음악, 라이브 퍼포먼스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프랑스 예술가다. 소리를 하나의 물질로 바라보며 언어와 이미지, 서로 다른 지각 방식 사이를 오가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소리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두 사람의 작업은 형태, 의미, 물질 사이에서 미끄러지는 소리의 가능성을 탐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