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던 세계로부터의 현악
- 한국
- 사운드
- 2026.11.20.금 22:00
- 엘디케이
- 60분
- 15,000원
진동은 언제나 지도 없이 이동하는 법을 알고 있다. 나무와 금속 안에 스며들고, 공기를 투과하며, 벽 속으로 사라졌다가 어딘가에서 다시 나타난다. 그리고 그때마다 세계를 희미하게 바꾼다. 심은용의 거문고, 한샘바위의 시타르, 장민규의 베이스 기타는 서로 멀리 떨어진 계보에서 출발해 영토 없는 지도 위에서 뒤얽힌다. 즉흥이라는 형식은 손의 주도권을 느슨히 풀어놓는다. 소리는 어느덧 의도를 벗어나 떠돌며 낯선 생명의 형체를 갖기 시작한다. 주파수는 기상 현상처럼 서로 스쳐 지나가고, 그림자를 드리우는 음표들은 갈라지고 회절하며 지나간 자리에 작은 기후들을 남긴다. 그리고 그 결과값들이 만들어내는 생태계가 공명한다. 그 안에서는 무엇도 완전히 홀로 존재하지 않으며, 무언가가 사라지면 남겨진 것들의 배치가 조용히 달라진다. 지각의 가장자리에서 소리는 듣기 위한 대상이 아니라 기묘한 물질적 지성으로 지속된다. 일시적이고 다공성이며 중심이 없는, 지속하며 꿈꾸는 물질이 된다.
거문고: 심은용
베이스 기타: 장민규
시타르: 한샘바위
거문고 연주자 심은용, 시타르 연주자 한샘바위, 베이스 기타리스트 장민규가 옵/신 페스티벌을 통해 처음으로 트리오 작업을 선보인다. 세 연주자는 각자의 악기를 중심으로 작곡과 즉흥, 실험적인 사운드 작업을 오가며 고유한 음악적 실천을 발전시켜 왔다. 거문고와 시타르, 베이스 기타는 현악기라는 점 외에는 공통점을 찾기 어렵지만, 바로 이 뜻밖의 조합이 세 사람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다. 음악적 전통을 공유하지 않는 세 뮤지션이 각자 악기의 차이를 간직한 채 만나며, 예상치 못한 공명과 새로운 듣기의 가능성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낸다.